
(사진 출처:뉴스원)
엠티디와 오이뮤가 함께 만든 '산239'가 2025년 6월 18일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심사평
『산 239』는 239개의 한국 산을 소개하는 책이다. 가로 50mm, 세로 68mm, 높이 20mm로 휴대용 캔디박스와 비슷한 크기인 이 책은, 존재 자체로 흥미롭다.
『산 239』의 구성은 간결하면서도 치밀하다. 페이지마다 하나의 산을 소개한 내지에는 총 아홉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순번, 산 이름, 깃대종, 100대 명산 여부, 국립공원 지정 여부, 정상석 이미지, 높이, 소재지, 그리고 이름의 유래와 특징까지 — 이 아홉 가지 정보를 흑백으로 정제된 레이아웃에 담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의 경우에만 깃대종 일러스트레이션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만 컬러를 사용하여 쉽게 눈에 띄게 만든다. 덕분에 깃대종만 골라 찾아보는 것도 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된다.
239개 산의 소개가 끝난 뒤에는 등산 중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이 이어진다. 야생동물과의 조우나 재난 상황에서의 응급처치, 주요 연락처 등 실제 활용 가능한 주요 정보들이 코믹한 삽화와 함께 정리되어 있다.
책의 제작 또한 내용에 못지않게 ‘기능적’이다. 커버는 PVC로 제작해 방수가 가능하고, 책이 함부로 열리지 않도록 단추로 고정할 수 있게 했다. 소재 특성상 자칫 불룩하게 튀어나와 밋밋할 수 있는 책등에는 영문 도서명을 양각으로 새겨 질감을 만드는 디자인적 섬세함을 발휘했다. 책등 위쪽과 아래쪽에는 각각 카라비너(키링)와 나침반이 달려 있는데, 단순히 콘셉트용 장식이 아니라 실제 기능하는 장치들이다. 내지는 '미네랄 페이퍼'라는 돌로 만든 종이를 사용해 젖거나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철 제본을 선택하여 책장이 시원하게 열리게 하여,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작은 판형과 용지의 질감, 삽화의 스타일 등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귀여움은 디자이너 특유의 미학적 태도를 잘 드러낸다. 또 여느 책보다 많은 디자인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감상을 방해하거나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책의 구성과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높은 완성도로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의 '작음'은 한국적 맥락에서 흥미로운 의미를 가진다. 한국인에게 산이란 단순한 자연 지형만을 뜻하지 않는다. 산은 저마다의 설화로 가득하고, 신화적 상징 및 삶의 터전으로 숭고한 존재로 자리해 왔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진 이 땅에서, 산은 일상 그 이상의 배경이자 역사적 풍경이다. 그렇기에 이 거대한 주제를 한 줌의 작은 책으로 압축해 낸 시도가 매우 당돌하게 다가온다. 웅장한 주제를 앙증맞은 크기로 감상하며 느끼는 묘한 대비감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산 239』가 '책'이라는 매체의 경계를 흔들며 확장하는 데 있다. 용지, 판형, 무게, 카라비너와 나침반까지 — '휴대 가능한 실용적 오브제'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이 작은 물건을 과연 무엇으로 정의 내릴지 머뭇거리며 생각하게 만든다. 책이란 존재를 손바닥 안에 쥐어보고, 가방에 매달아 다니는 경험은 이 책이 주는 가장 독특한 쾌감이자 매력이다.
- 박이랑 (현대백화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 출처:뉴스원)
엠티디와 오이뮤가 함께 만든 '산239'가 2025년 6월 18일에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심사평
『산 239』는 239개의 한국 산을 소개하는 책이다. 가로 50mm, 세로 68mm, 높이 20mm로 휴대용 캔디박스와 비슷한 크기인 이 책은, 존재 자체로 흥미롭다.
『산 239』의 구성은 간결하면서도 치밀하다. 페이지마다 하나의 산을 소개한 내지에는 총 아홉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순번, 산 이름, 깃대종, 100대 명산 여부, 국립공원 지정 여부, 정상석 이미지, 높이, 소재지, 그리고 이름의 유래와 특징까지 — 이 아홉 가지 정보를 흑백으로 정제된 레이아웃에 담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의 경우에만 깃대종 일러스트레이션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에만 컬러를 사용하여 쉽게 눈에 띄게 만든다. 덕분에 깃대종만 골라 찾아보는 것도 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가 된다.
239개 산의 소개가 끝난 뒤에는 등산 중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용적인 조언들이 이어진다. 야생동물과의 조우나 재난 상황에서의 응급처치, 주요 연락처 등 실제 활용 가능한 주요 정보들이 코믹한 삽화와 함께 정리되어 있다.
책의 제작 또한 내용에 못지않게 ‘기능적’이다. 커버는 PVC로 제작해 방수가 가능하고, 책이 함부로 열리지 않도록 단추로 고정할 수 있게 했다. 소재 특성상 자칫 불룩하게 튀어나와 밋밋할 수 있는 책등에는 영문 도서명을 양각으로 새겨 질감을 만드는 디자인적 섬세함을 발휘했다. 책등 위쪽과 아래쪽에는 각각 카라비너(키링)와 나침반이 달려 있는데, 단순히 콘셉트용 장식이 아니라 실제 기능하는 장치들이다. 내지는 '미네랄 페이퍼'라는 돌로 만든 종이를 사용해 젖거나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철 제본을 선택하여 책장이 시원하게 열리게 하여,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작은 판형과 용지의 질감, 삽화의 스타일 등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귀여움은 디자이너 특유의 미학적 태도를 잘 드러낸다. 또 여느 책보다 많은 디자인적 요소를 담고 있지만, 감상을 방해하거나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없다. 오히려 책의 구성과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재기발랄한 디자인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하고, 높은 완성도로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의 '작음'은 한국적 맥락에서 흥미로운 의미를 가진다. 한국인에게 산이란 단순한 자연 지형만을 뜻하지 않는다. 산은 저마다의 설화로 가득하고, 신화적 상징 및 삶의 터전으로 숭고한 존재로 자리해 왔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진 이 땅에서, 산은 일상 그 이상의 배경이자 역사적 풍경이다. 그렇기에 이 거대한 주제를 한 줌의 작은 책으로 압축해 낸 시도가 매우 당돌하게 다가온다. 웅장한 주제를 앙증맞은 크기로 감상하며 느끼는 묘한 대비감이 아름답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지점은 『산 239』가 '책'이라는 매체의 경계를 흔들며 확장하는 데 있다. 용지, 판형, 무게, 카라비너와 나침반까지 — '휴대 가능한 실용적 오브제'로 기능하도록 설계된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이 작은 물건을 과연 무엇으로 정의 내릴지 머뭇거리며 생각하게 만든다. 책이란 존재를 손바닥 안에 쥐어보고, 가방에 매달아 다니는 경험은 이 책이 주는 가장 독특한 쾌감이자 매력이다.
- 박이랑 (현대백화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